삼성동 현대아이파크는 평당 4000만원이 넘어 이달 말 입주가 시작되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제치고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미 분양이 끝난 은행 부동산 등을 제외하고 헤어숍 세탁소 비디오대여점 슈퍼마켓 등을 권장 업종으로 한 6개의 점포가 매물로 나왔다. 단지는 449가구밖에 되지 않았지만 입주민들의 구매력을 생각할 때 회사측이 최저입찰가로 정해 놓은 평당 3500만∼3800만원은 쉽게 넘을 것이며, 일부는 평당 1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을지도 모른다는 게 중론이었다. 게다가 각종 세금정책으로 아파트 시장에서 탈출한 풍부한 유동자금이 이런 알짜배기 ‘단지 내 상가’로 몰릴 것이라는 추측도 많은 터였다.
분양 주체인 현대산업개발측에서는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해 투자자들에게 임대수익으로 연이율 8∼9%대를 제시했으나 오히려 일부 투자자들은 “세탁소 같은 곳은 12% 이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측은 한두 달 전 인천 삼산지구, 충남 천안시 불당지구 단지 내 상가 분양에 수백명의 투자자들이 몰려 과열 분위기를 보인 것을 상기하며 오히려 분양 소식이 너무 많이 알려지지 않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상황은 며칠 새 많이 바뀌었다. 기름값이 가파르게 올랐고 주식은 곤두박질쳤으며 환율도 요동쳤다. 바닥 경기가 휘청거리자 ‘고정 임대 수익’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 듯이 보였다. 결국 이날 6개 점포에 대한 입찰에 10여명만이 참여해 경쟁률은 2 대 1을 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점포가 회사측 내정가보다 평당 200만원 정도 높은 가격대에서 낙찰됐으며 1개 점포는 유찰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투자자는 “선거가 끝난 뒤 어느 날 보니 (경제가)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돼 있었다”며 ‘불안한 마음’을 강조했다.
‘있는 층’에서도 돈을 풀지 않아 최악의 내수 불황을 겪는 경제상황은 비단 산업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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