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선거자금 ‘부자들의 돈 잔치’

  • 입력 2004년 5월 17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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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94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모두 3억3860만달러(약 3995억원)의 선거자금을 모았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파이어니어’라는 독특한 거액 모금자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졌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4개면에 걸친 심층취재 기사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 전략과 모금이 정책 결정 및 인사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파이어니어 네트워크의 시작=‘파이어니어’는 1인당 10만달러 이상 기부하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호칭. 20만달러 이상 기부자는 ‘레인저’로 불린다.

이 제도는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였던 98년 말 대통령 출마를 준비하면서 처음 만들어졌다. 4명의 친구들이 먼저 시작했다.

텍사스주 공화당 모금책과 홍보 전문가들인 이들은 부시 대통령의 증조부 시절부터 약 1세기 동안 구축된 부시 가문의 광범위한 인맥을 선거자금 모금에 동원하기 위해 파이어니어 제도를 만들었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기부금 한도가 없어 거액 기부가 가능했지만 대통령 선거의 경우 1인당 기부금 한도가 1000달러(2003년부터는 2000달러로 인상)로 제한됐기 때문에 유력인사들이 거액을 직접 내는 대신 최소한 100명의 소액 기부자를 확보하도록 했다.

▽파이어니어들은 누구=부시 대통령이 98년 이후 지금까지 두 번의 대선을 위해 모은 2억9630만달러 가운데 최소한 3분의 1 이상, 많게는 절반 이상이 631명의 파이어니어에 의해 모금됐다.

이들은 처음에는 부시 가문의 가족 친구 친지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점차 기업 최고경영자(CEO), 금융계 유력인사, 워싱턴의 로비스트, 공화당 간부로 확대됐다.

이들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고객이나 하청업자, 부하 직원, 동료 로비스트 등에게 1000달러 이하의 기부금을 내도록 권유해 파이어니어나 레인저가 됐다.

파이어니어 창안자인 제임스 프랜시스는 “파이어니어들은 대부분 크게 성공한 사람들로 경쟁의식도 강해 10만달러라는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경쟁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파이어니어에 대한 보상=백악관 행사 초대는 물론이고 백악관 참모와 행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는다.

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직이나 대사에 임명되기도 하고 각종 위원회와 정권 인수팀에 참여한 경우도 많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0년 대선 당시 파이어니어로 확인된 246명 중 △장관 3명을 포함한 13명이 상근직에 임명됐고 △23명이 대사로 임명 또는 지명됐으며 △44명이 각종 위원회 위원이 됐고 △24명은 정권 인수팀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장관은 도널드 에번스 상무, 일레인 차오 노동,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다.

특히 파이어니어들은 기업활동과 직결되는 각종 규제 관련 고위직과 위원회 인사에도 영향력을 발휘해 규제완화와 기업 및 부자들에게 유리한 조세정책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직간접적인 보상을 받는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의 감세법, 노인의료보장법, 에너지 분야 규제완화책 등은 파이어니어들의 영향력이 미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트렌트 더피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을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지를 기준으로 정책 결정을 하며, 기부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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