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일본의 SF판타지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아라카와 히로무·학산문화사)의 주인공 에드의 말이다. 국가가 공인한 연금술사인 에드는 인체의 구성물질로 사람의 몸을 만드는 ‘인체 연성(鍊成)’ 작업을 시도했다가 영혼은 물질로 해석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 2002년 2월부터 연재됐으며 단행본은 1000여만 부 팔렸고,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민영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플레이스테이션2용 비디오게임으로도 발매됐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세 종류의 해적판이 나돌기도 했다.
15세의 주인공 에드는 3년 전 ‘국가 연금술사’의 칭호를 얻은 천재. 국가 연금술사는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군인의 신분으로 각종 혜택을 누리나 ‘군부의 개’라는 원성도 듣는다.
이 작품의 ‘연금술’은 물체의 구성물질을 분해해 이를 새로운 물체로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연금술의 기본원칙은 질량보존의 법칙, 즉 등가교환(等價交換)으로 뭔가를 희생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 작품의 테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에드의 말처럼 인체 연성이 이론적으로 가능한데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다. 그 이유는 영혼의 대가가 무엇인지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드는 죽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인체 연성에 도전했다가 한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강철의 연금술사’란 그의 별명도 강철로 된 의족과 의수 때문이다. 실험에 참가한 동생 알은 육신이 없어져 영혼만 텅 빈 갑옷에 붙어있는 상태.
형제는 연금술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 신비의 물질인 ‘현자의 돌’을 찾는 여정에 오른다. 그러나 현자의 돌을 노리는 러스트는 에드의 주변인들을 죽이며 다가오고, 스카란 남자는 “물질의 고유한 모습을 바꾸는 연금술은 창조주에 대한 모독”이라며 국가 연금술사들을 차례차례 암살한다.
이 작품의 주제는 철학적이나 연출은 부담 없다. 작가는 펜의 날렵한 선으로 액션 장면에 역동성을 더하며, 우스꽝스런 컷을 적절히 활용해 스토리의 완급을 조절한다. 치밀하게 설정된 세계를 활보하는 ‘불꽃의 연금술사’ 머스탱 대령과 ‘호완(豪腕)의 연금술사’ 암스트롱 소령 등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개성이 뚜렷하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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