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계약하러 나온 모건스탠리측 대리인의 표정은 밝았다. 골치를 썩이긴 했지만 워낙 싸게 산데다 일본의 경기회복으로 긴자 일대 땅값이 많이 올라 짭짤한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진 90년대 후반 이후 모건스탠리가 이런 식으로 구입한 건물의 장부가는 10조엔(약 100조원)을 넘는다. 최대한 싼값에 산 뒤 리노베이션을 통해 건물가치를 높여 되팔거나 임대로 전환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써왔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본 금융기관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팔면,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본이 인수하는 게 전형적인 거래 패턴”이라며 “외국인들은 일본 부동산 값이 바닥을 쳤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골프장 분야에서는 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의 활약이 돋보인다. 골드만삭스는 5월초 현재 110개의 골프장(인수예정 포함)을 소유해 일본 골프장업계 1위로 올라섰다.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64곳으로 2위. 미국 자본이 거품 붕괴로 경영난에 빠진 일본 골프장을 속속 접수하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골프장 싹쓸이’를 의아하게 지켜보던 토착 부동산업자들은 골프장을 찾는 발길이 늘면서 회원권 값도 오를 기미를 보이자 “한발 늦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일본 대도시의 땅값 하락세가 멈춘 것은 분명하다. 일본 전역의 평균 공시지가(1월 1일 기준)는 전년보다 6.2% 떨어졌지만 도쿄 지역의 40% 가량은 공시지가가 오르거나 변동이 없었다.
미국 투자회사의 ‘바이 저팬’ 열풍은 80년대 일본 기업들이 미국 내 건물을 앞 다퉈 사들인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일본은 대미(對美) 부동산 투자로 돈을 까먹었지만 지금 추세라면 모건스탠리는 재미를 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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