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은 평소 직원들에게 “보험료 징수율을 높이라”고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도 ‘집과 차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내야 했다. 어떤 실직자는 ‘(서울) 강남에 살면서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핀잔을 들은 뒤 미납 보험료 때문에 재산이 가압류되기도 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국민연금과 관련해 억울한 일을 겪긴 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공단측의 항변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금가입자 가운데 상당수 자영업자가 소득을 줄여 신고하거나 아예 소득을 감춰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도 30%가량의 자영업자에 대해서만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국민연금법은 ‘가입자 소득 파악 의무는 공단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영업자에 대한 징수율은 75% 정도다. 공단측은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재산을 근거로 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물의가 빚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소득이 있으면서도 연금을 적게 내거나 연금 납부를 거부하는 자영업자의 덫에 진짜 억울한 자영업자가 걸려들어 빚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세금을 내는 사람은 바보”라며 각종 탈세를 부추기는 듯한 세금 관련 실용서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국민연금은 납부 평균액을 기준으로 전체 급여액을 결정한다. 10원을 낸 사람에게 12원을, 2원을 낸 사람에게 6원을 주는 부의 재분배 기능도 있다. 소득을 속여 보험료를 적게 내면 평균액이 줄어들어 정직한 납부자의 연금이 줄어들고, 저소득층에 돌아가야 할 연금을 빼앗는 셈이 된다.
일부 몰지각한 자영업자들은 결과적으로 불우한 계층의 몫을 빼앗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국세청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이번 기회에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들이 더 이상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성엽 사회부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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