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탐방]경기 광명 청산-하안

  • 입력 2004년 6월 6일 17시 29분


1981년에 입주한 광명 철산주공단지.조합설립 인가 단계에 있는 이 단지는 허용용적률 220~250%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981년에 입주한 광명 철산주공단지.조합설립 인가 단계에 있는 이 단지는 허용용적률 220~250%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 광명시의 아파트 값은 최근 2∼3년 동안 상승세를 보여 왔다.

최근 2개월 동안에도 경기도 아파트 값은 평균 0.25% 하락했지만 광명시의 경우 0.28% 올랐다.

비결은 뛰어난 교통여건이다. 서부간선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남부순환도로 등의 도로망에 에워싸여 있고 서울지하철 1, 7호선을 이용하기가 쉽다.

경부고속철의 두 번째 정차역으로 수도권 남부의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요지에 자리잡고 있어 발전 잠재력도 크다. 지역개발의 1차 수혜자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도덕산 등의 야산과 안양천 사이 철산동 하안동 일대에 들어서 있다.

▽재건축 추진 현황=대부분 1980년대 초에 지어진 이들 단지 가운데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철산동 삼덕 진주아파트와 흔히 ‘철산주공’으로 불리는 4개 주공단지다. 철산주공은 철산동 2, 3단지와 하안동 저층 1, 2단지로 이뤄져 있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곳은 철산동 삼덕 진주아파트로 철거가 완료된 뒤 현재 시공 단계에 들어가 있다.

동시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철산주공 4개 단지는 현재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철산주공은 당초 용적률 280%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4월 말 용적률을 220%로 해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했다. 공공시설을 기부(일부 사업부지를 국가에 기부하는 것)하면 용적률이 250%까지 허용된다. 이재훈 하안 1단지 재건축조합장은 “기부를 조건으로 용적률 250%를 얻어내려 한다”고 밝혔다.

용적률이 계획보다 낮아진 대신 고도 제한이 풀리면서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철산 2, 3단지와 하안 1단지는 30층 이상, 하안 2단지는 35층 이상 지을 수 있다. 재건축을 하면 지금보다 동(棟)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여유 공간도 많아질 전망이다.

▽시세 추이=변동 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11평의 경우 지난해 ‘10·29대책’ 직전 2억원까지 갔으나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4일 현재 단지별로 1억7000만∼1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13평형은 1억9500만∼2억원선이며 15평형은 2억7000만∼2억8000만원선이다.

철산 2단지 인근 ‘88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거래가 거의 끊긴 가운데 값이 소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수익성=현재로선 명쾌한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

용적률 280%를 가정해 설계됐던 당초 재건축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아직 재건축 전후의 평형 변화, 무상지분(조합원이 공짜로 넓혀갈 수 있는 평수)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5·23대책’에 따라 일반분양분은 재건축공사가 80% 이상 진행된 뒤 분양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비용이 얼마나 들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에 따르면 △용적률 220% △일반분양가 평당 1000만원을 각각 가정하고 최근 수도권의 재건축 건축비 수준을 적용할 때 무상지분은 130%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대지 지분이 22.5평인 철산 2단지 15평 거주 조합원은 29.25평의 무상지분을 받는다. 입주 시점의 평당 시세를 최근 입주한 인근 아파트의 평당 가격인 1000만원으로 치면, 2단지 15평형 조합원 지분은 2억9200만원의 값어치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현 시세 2억7000만∼2억8000만원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요컨대 철산주공에 대한 투자의 성패 여부는 순전히 향후 시세에 달려 있다.

▽변수와 전망=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돼 재건축 추진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익성 분석에 필요한 수치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개발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관련 후속 규제가 예고돼 있어 당분간 재건축아파트의 시세는 지역을 막론하고 약세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실수요자로서는 원하는 평형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분양을 받는 것보다 조합원 지분을 사들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발전 잠재력이 높은 지역인 만큼 장기투자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평가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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