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국의 특수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안보가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다. 미국이 110억달러 전력 증강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이런 ‘잠재적 분쟁’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미군을 빼가는 것이 50년 동맹국으로서 올바른 도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측에 있다고 본다. 지난주만 해도 정부는 미군 감축이 2007년부터 점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동북아 현실에서 볼 때 가능성이 희박한 다자안보체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의 미래 안보에 가장 중요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를 소홀히 하는 안이한 자세가 오늘의 사태를 자초한 것 아닌가.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이 가져올 파장을 최소화할 수습책을 지체 없이 내놓아야 한다. 대북(對北) 억지력의 공백을 메울 자주국방은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대외신인도 악화 등 경제에 끼칠 악영향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앞으로 협상에서 조정의 여지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설명해야 한다. 더 근본적이고 시급한 일은 정부가 이제라도 어설픈 ‘자주론’의 함정에서 빠져 나와 한미동맹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미국 또한 한미동맹관계를 존중한다면 한국민의 우려를 반영해 미군 감축의 규모와 시기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