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씨가 번역 원전으로 삼은 영국 펭귄출판사 판의 책 등을 비교한 이 교수는 먼저 ‘길 잃은…’ 서두에 신화의 무대를 이집트의 헬리오폴리스로 소개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짚었다. 이는 원문에 없는 내용으로 이야기의 무대는 아이티오페이아라는 것.
역자의 착각이 낳은 오역도 지적됐다. 글 중간에 아이티오페이아의 어원을 ‘도덕(에토스) 높은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설명했으나 정확한 어원은 ‘햇볕에 탄 얼굴’이라는 것. ‘에게해의 신 아이가이온’이란 표현도 에게해의 신 아이게우스와 손이 100개씩 달린 거인 3형제 중 한 명인 아이가이온을 혼동했다고 지적됐다.
이 교수는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빚어진 오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금성을 당시에는 루키페로스라고 불렀다’는 표현은 그리스어로 ‘포스포로스’인 금성을 이윤기씨가 라틴어 ‘루키페르’를 그리스어식으로 신조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윤기씨는 이에 대해 “‘길 잃은 태양마차’는 번역이 아니라 그리스신화를 평역(評譯)한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에 실린 글인데, 교과서를 만든 교학사측에서 번역이라고 잘못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출판사에 아이티오페이아의 어원과 ‘에게해의 신’ 등은 빼거나 고쳐달라고 부탁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씨의 해명으로 이 교수의 비판은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그러나 문제는 역자 자신도 오류를 인정한 이 글이 여전히 수정 없이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