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현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균형감을 갖고 보도해야 하는 언론으로서는 이 같은 상이한 두 주장에 모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전쟁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데 왜 동아일보가 앞장서 불안감을 퍼뜨리느냐”는 식의 일방적인 이의 제기가 일부 방송과 온라인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MBC가 방영한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란 프로그램은 안보 현안에 대한 주요 신문의 보도를 “안보 불안을 부추겨 신문을 더 팔려는 안보 상업주의”라고 규정했다. 인터넷상에서도 최근 이와 비슷한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물론 과거 금강산댐 사건처럼 정권 안보를 위한 정부의 논리를 신문과 방송이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은 채 여과 없이 보도해 결과적으로 안보 불안을 부추긴 측면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처럼 한반도의 안보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지면을 할애하고,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것을 ‘안보 상업주의’라고 매도하는 것은 ‘역(逆) 색깔론’이라는 생각이다.
언론의 상업주의란 진실과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중(多衆)의 구미에 맞는 보도를 함으로써 시청률이나 구독률을 높이려는 시도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안보 공백과 북한의 ‘상황오판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 단순히 상업적 어필을 위한 시도라는 말인가. 안보 우려가 정말 없다면 ‘자주국방’을 부르짖어 온 정부가 뒤늦게 주한미군 감축을 늦추려고 부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미국의 가랑이를 붙잡지 않겠다. 갈 테면 가라’는 식의 태도에 후련하다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국민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엄혹한 외교안보 현실을 외면하고 일부의 정서에 영합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무책임한 ‘반미(反美) 상업주의’가 아닐까.
김승련 정치부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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