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인증한 ‘시험성적서’까지 제시했는데 안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었다. 한 만두제조회사 사장은 “불량 무말랭이를 쓰는 줄 알았다면 그 만두를 나도 먹고 아내도 먹고 아이에게도 먹였겠는가”라며 억울해했다.
설사 만두제조업자들이 불량인 줄 모르고 납품받았다 해도 그들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건산업진흥원이 불량 만두소 제조업체에 적합 판정을 내줘 결과적으로 불량 만두소 사용을 권장한 셈이 됐다는 게 더 문제다. 진흥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법에 근거해 설립된 정부 출연기관으로 식약청에서 공인한 식품검사 대행기관이다.
진흥원은 A식품의 만두소를 2002년 3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8번 검사해 모두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 기관의 관계자는 “그 검사는 업체가 자발적으로 가져온 샘플을 검사하는 자가 품질검사”라며 “대부분 불량품을 만들면서 일부 제대로 된 샘플을 가져와 검사를 받는다 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검사기관이 내준 적합 판정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업체들이 불량 무를 파는데 그 적합 판정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것은 전적으로 업체의 양심에 달렸다”고 답했다.
아무 샘플이나 가져와서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고 그 판정에 인증기관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검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심창구 식약청장은 최근 TV 토론에 출연해 “식품 안전관리에 정부의 투자가 너무 적고 식약청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법과 규정으로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식품업계 사람들의 양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종사자들의 양심도 중요하고 식품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유명무실한 검사제도와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 및 조직의 낭비는 없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정재윤 경제부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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