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여야 의석 분포를 감안할 때 국회에서 국민투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대통령은 일단 가능성의 여지를 열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공’을 국회에 던져놓고 수도 이전은 계획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라면 더 큰 국론분열과 혼선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6개월가량 국회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주고, 그동안은 수도 이전을 위한 제반 행위를 중지하는 것이 옳다.
수도 이전은 이제 갓 임기를 시작한 17대 국회의 최우선 현안으로 등장했다. 여야는 정치적 논리로 졸속 입법했던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라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수도 이전이 과연 현시점에서 강행해야 할 국정의 최우선 과제인지를 가리고, 단순한 행정수도 이전인지 아니면 천도(遷都)인지, 그 성격도 분명히 해야 한다. 수도 이전에 드는 비용과 재원 조달에 대한 객관적 실사(實査)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적게는 45조원, 많게는 120조원이 들어간다는 고무줄 수치로는 국민을 납득시킬수 없다.
심도 있는 토론과 편중되지 않은 공청회 및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는 수도 이전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킨 뒤 국민투표를 통해 가부(可否)를 결정해야만 비로소 수도 이전의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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