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김수용 만화 ‘힙합’ 6년6개월만에 완결

  • 입력 2004년 6월 20일 17시 59분


김수용씨는 “만화 ‘힙합’이 국내 힙합계의 발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그림은 ‘힙합’의 주인공인 태하(오른쪽)와 바비. 강병기기자 -사진제공 아이큐 점프
김수용씨는 “만화 ‘힙합’이 국내 힙합계의 발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그림은 ‘힙합’의 주인공인 태하(오른쪽)와 바비. 강병기기자 -사진제공 아이큐 점프
“귀 뚫고 레게머리 하는 것만이 힙합이 아니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그리고 그 중 뭐가 좋고 나쁜지 스스로 답을 찾아라’라는 게 힙합의 정신이다.”

대표적인 ‘전문 만화’인 ‘힙합’이 1997년 12월 ‘아이큐 점프’에 처음 연재된 이래 6년 6개월 만에 최근 완결됐다. 이 작품은 고교생 태하가 힙합 댄스의 천재인 미국 입양아 바비에게서 자극받아 춤을 배워나가는 이야기가 줄거리. 연재 중 계속 단행본으로 묶여 나와 현재 23권까지 출간됐으며 누적 판매부수 150만권을 기록했다. 박력 있는 ‘배틀’(춤 대결) 장면과 매력적인 캐릭터, 힙합 댄스의 다양한 기술에 대한 전문적 설명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백댄서 팀장 출신의 작가… 150만권 팔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힙합’의 작가 김수용씨(32)의 집을 10일 오후 찾았다. 1992년 SBS에서 백댄서 팀장을 한 바 있는 그는 “각종 캐릭터를 집중 조명하는 외전(外傳)편인 ‘비포 힙합’을 그리느라 본편 연재를 끝내고도 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포 힙합’은 1권이 나왔으며 현재 2권을 준비 중이다.

―연재 시작할 때와 달라진 점은?

“20kg 불어난 몸무게와 나빠진 시력, 빠진 머리와 엄청나게 늘어난 흡연량이다. 예전에 ‘힙합 춤을 췄다’고 말하면 믿던 이들도 이제는 ‘에이∼’하고 야유를 보낸다. ‘힙합’ 초반에 나오는 테크닉 몇 가지는 아직 할 수 있다.”

―태하와 동료들이 아시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서 작품이 끝났다.

“국내 비보이(B-boy·힙합 춤을 추는 남자)들의 실력이 워낙 좋아져 더 이상 신선한 내용을 담기 어렵다. 지난해부터는 이 분야에서 별다른 기술적 발전도 없다. 의자를 다리에 끼고 공중 회전을 하는 기술인 ‘에어 트랙’을 구사하는 것까지는 봤지만….”

―기억나는 독자는?

“문하생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더니 지방의 가출 청소년이 춤을 가르쳐 달라며 찾아왔더라. 돈을 많이 주면 다른 데로 샐까봐 딱 차비만 주고 돌려보냈다. 서너 시간 뒤 그 부모님이 찾아왔다. 내게 보내려던 팬레터들을 발견하고는 감 잡고 온 것이었다.”

○2부는 2~3년 뒤에 시작하고 싶어

―‘힙합’과 전혀 연관이 없는 ‘힙합 2부’도 구상하고 있다던데….

“마지막 장면에서 댄스 연습실을 찾아오는 새 캐릭터가 2부의 주인공이다. ‘힙합’ 제12권에 잠깐 얼굴을 내비친 적은 있다. 2부는 태하가 바비에게 ‘2년 후에 보자’고 한 대사처럼 2, 3년 후에 시작하고 싶다.”

1부의 소재는 바닥에 손을 짚고 추는 ‘브레이크댄스’였으나, 2부에서는 선 채로 관절을 튕기듯 추는 ‘부갈루’를 다룰 예정. 이는 최근 가수 조PD가 무대에서 추는 춤이다. 김씨는 “부갈루는 브레이크댄스에 비해 비주얼이 덜 화려하지만 전문적인 춤 이야기가 더 많다”고 말했다.

―‘힙합’ 단행본에서 ‘만화를 빌리지 말고 사서 보자’고 주장했는데….

“요즘은 ‘차라리 빌려보라. 인터넷 불법 스캔만은 보지 말라’고 말해야 할 처지다. 내 책을 한번 다운받아 본 적이 있는데 파일을 열어보니 ‘스캔하는 것도 중노동입니다. 퍼갈 때는 출처를 밝혀주세요’라고 돼 있더라. 이처럼 인터넷에서 작품을 쉽게 퍼 가면 여러 달 동안 잠 못 자고 코피 흘려가며 그린 작가는 뭐냐. 조악한 품질의 스캔 때문에 뭉개진 그림을 보느니 차라리 책을 빌려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서글픈 얘기다.”

―만화 ‘힙합’은 한국에 힙합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지방마다 달랐던 댄스 용어들이 어느 정도 정리됐고, 세계 대회에서 1위를 한 비보이들이 만화 ‘힙합’을 봤다고 말하고 있어 흐뭇하다. 그들은 방송과 광고에 등장하면서 형편도 나아졌다. 전에는 ‘형, 담배 하나만 꿔줘요’ 하더니 이젠 ‘형, 갈비 좀 사줘요’라고 한다. 이제 담뱃값은 버는 모양이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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