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이야기]실리콘 밸리에 사람이 모인다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19분


‘실리콘 밸리가 되살아난다.’

한때 미국 경제를 견인했던 인터넷 정보기술(IT)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희망 섞인 분석이 많이 나온다. 검색업체 구글의 기업공개가 IT붐을 선도했던 1995년 넷스케이프의 기업공개에 버금간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컴퓨터 판매가 늘어났다는 점도 부활의 증거로 제시된다.

또 2000년 인터넷 거품 붕괴 이후 일자리의 5분의 1이 사라진 뒤 3년간 조용하던 이 도시가 몇 달 전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했다는 것.

4개월간 1만3000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호황 때 4% 이하였던 사무실 공실률이 작년 하반기에 18%까지 치솟았다가 요즘 17.6%로 고개를 숙였다. 아직 임차료는 7년 내 최저 수준이지만.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스코시스템스의 방문객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다.” “20대 후반의 3명이 3000달러어치 식사를 하던 시절만은 못하지만 한 병에 60달러짜리 와인도 많이 팔린다.” “출퇴근길이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팰러 앨토의 유니버시티 애비뉴나 마운틴 뷰의 카스트로 스트리트 등 식당가에 실리콘밸리의 유행 옷인 카키나 푸른색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많이 보인다.”

‘부활을 노래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강하다. 유명 식당에 식사 직전 전화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거나 레드우드시티의 미드포인트 테크놀로지 파크 같은 오피스 빌딩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가 그 증거.

20년 넘게 실리콘밸리에서 일해 온 연구원 폴 사포는 “도시를 한바퀴 돌아보면 상황 판단이 엇갈린다”면서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과연 불황이 끝났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1990년대에 창업했던 윌리엄 콜먼 3세는 “당시엔 미래의 성장 원동력이 뭔가 있었는데 지금 구글 하나로는 좀 약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판매회사 중역의 판정은 더 현실적이다. “요즘 잘나가는 이베이에서 봉급을 올려준다고 해도 창업하겠다며 박차고 나가는 사람이 있어야 실리콘밸리가 되살아난 것인데…. 아직은 아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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