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아버지 김종규씨(69)는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내 분향소에서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미리 정부에서 알았더라면 내 아들이 살 수도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우리에게 말 한마디 해주지 않아 선일이의 시신에 폭탄이 달려 있었다는 것도 언론을 통해 이제야 알았다”며 “자신의 자식이었다면 이렇게 소홀히 했겠냐”고 비난했다.
어머니 신영자씨(59)도 “파병을 강행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찾아와 사과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지 않고 선일이의 시신을 (거리에서) 끌고 다니겠다”며 격한 어조로 말했다.
또 신씨는 “장관이 오면 뭐하나. 도대체 정부가 하는 일이 뭐냐”며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신씨는 분을 이기지 못한 듯 갑자기 일어나 노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집어던졌다.
큰누나 향림씨(41)는 “정부에서 어느 누구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가 무엇을 숨기거나 거짓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은 궁금한 점을 물어볼 곳도 없고 피랍 경위와 시신의 송환 상황 등을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겨우 알고 있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한편 분향소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발길이 이틀째 이어졌다.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자민련 김학원 대표를 비롯해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과 지은희 여성부 장관 등 20여명의 정관계 인사들이 조문했다.
고인의 모교인 반송중 동창회원 10여명과 대전 침례대 대학원생 10명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전 가나무역 직원 허문수씨는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일씨의 피랍 시기가 5월 말이었다는 것을 현지 직원과의 통화에서 들어 알았다”고 전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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