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닛코 코디알 증권의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은 일본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급 임원 4명의 연간 보수를 공개했다.
주주들은 사장 재임 시절 경영 개선의 기틀을 다진 가네코 마사시(金子昌資) 회장을 향해 “1억엔을 받아도 괜찮은데 너무 적게 받는 것 아니냐”며 격려했다.
회사측은 “주주들과 서로 믿는 관계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공개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임원 보수 공개가 의무화된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일본엔 이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 하지만 주주의 발언권이 커지면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소액 주주들의 서명을 받아 소니와 도요타자동차의 임원 보수 공개를 요구했다. 표결 결과 도요타는 찬성표가 19.9%, 소니는 31.2%로 과반수에 미달해 부결됐지만 찬성 비율은 1년 전보다 높아졌다.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소니 회장은 “주주들의 뜻을 파악한 만큼 (공개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데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못지않게 개인들이 돌아온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일본 증시의 개인주주 수(연인원)는 전년보다 23만명 늘어난 3400만명으로 8년 연속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당연히 기업들은 개인 주주의 환심 사기에 열성이다.
테마파크 ‘퓨로랜드’를 운영하는 산리오는 44년 만에 처음으로 주총을 퓨로랜드 구내에서 열면서 주주 1명당 동반자 3명까지 무료입장을 허용했다. 개인 주주가 전체의 98%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해 주총일을 ‘주주 가족의 날’로 삼은 것이다. 사장과의 간담회보다는 인기 캐릭터가 출연한 퍼레이드와 뮤지컬이 더 인기를 끌었다. 물론 실적이 좋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 일본 상장기업의 주주총회는 29일이 피크. 대상 기업의 63.9%가 이날 주총을 연다. ‘총회꾼’들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정착된 관행이지만 차량 결함 은폐로 주가가 폭락한 미쓰비시자동차 경영진은 주주들의 질타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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