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원장은 목포중학교 후배이기도 한 천 원내대표에게 “(국회의 정부) 견제기능은 하되 피감기관에 대한 중복조사 문제도 고려했으면 좋겠다”며 “감사원 감사가 일단 시작됐으니 일정을 조정해주든지 아니면 중복감사(조사)에서 오는 혼란을 예방해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전 원장은 또 김 원내대표에게 “감사관 7명이 내일 요르단의 암만에 간다. 10일 정도 조사할 계획이다”며 “그런데 국정조사가 시작되니 기술적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회 조사와의 중복에 따른 부담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두 원내대표는 “감사와 국정조사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피감기관은 겹칠 수 있지만 국정조사의 내용과 성격은 감사원 감사와 같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감사원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지만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부 조사는 대(對) 정부 견제와 감시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천 원내대표는 “감사원에서 먼저 시작하니 철저하게 조사해 주시기 바란다”며 “그것을 토대로 국회 조사는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석했던 유선호(柳宣浩) 당 진상조사위원장도 “조사 기관이 중첩되고 조사 기능도 겹치는 감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최종적인 개선 대책은 국회에 있다”고 밝혔다.
양당의 완강한 태도로 전 원장은 여의도 방문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지만 김 원내대표가 “일정은 조금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해 다소 밝은 표정을 지었다.
실제 두 기관의 조사 및 감사는 겹치는 대목이 많다. 우선 조사 대상의 경우도 외교부, 주이라크 대사관, 국방부, 국정원, NSC로 같다. 증인도 외교부 핵심간부, AP통신측의 전화를 받은 외교부 사무관, 임홍재 주이라크 대사, 김천호 가나무역 대표, 이라크 현지 교민 등 대부분이 겹칠 것으로 보인다.
일정도 감사원이 28일부터 20일간 감사에 돌입할 경우 내달 17일까지 감사를 진행하게 되고 국회는 증인소환이 시작되는 내달 8, 9일부터 실질적인 조사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략 10일이 겹치는 셈이다.
그러나 국회도 30일로 돼 있는 조사 일정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감사를 마무리 한 뒤 국정조사를 시작하되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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