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는 그동안 재외국민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일부 책임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넘어가곤 했다. 책임자 몇 사람이 바뀐다고 폐쇄적·배타적 엘리트주의 분위기의 외교부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제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당장 재외국민기본법을 제정해 조속히 위헌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담당하는 영사 임용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영사 직이 외교관들에게 기피 업무에 속하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동포사회의 온갖 길흉사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3D 업종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많은 공관에서 영사 직은 가장 젊은 신참이 담당하는 것이 관행이 돼 왔다. 그리고 다른 신참이 오면 미련 없이 그 직을 떠난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충실한 영사 업무가 이뤄지겠는가.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영사 전문직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당장 도입이 어렵다면 1만명 등 일정 수 이상의 동포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는 중견 외교관이 상당기간 영사 직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이는 외교부 내규만 고쳐도 가능하다.
김씨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법 제정 등 제도적인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재외국민을 ‘두 번 죽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김제완 재외동포신문 편집국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