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민기자의 酒변잡기]‘눈물로 만든 술’ 그럴싸하긴 한데…

  • 입력 2004년 7월 8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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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다음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1. 여성이 남성보다, 젊은 사람이 노인보다 많다.

2. 생후 3개월 이내 신생아는 없다.

3. 육상에 사는 척추동물만 있다.

4. 생의 불가사의와 비밀을 알게 해준다(칼릴 지브란).

답은 ‘눈물’이다.

눈물에 관한 한 남성은 여성보다 불리하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눈물은 금기다. 눈물이 공식적으로 허락되는 상황은 일생에 걸쳐 고작 세 번뿐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눈물이 많다는 게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학습에 의한 게 아닐까 의문스러울 정도다. “사내자식이 울긴…” 해버리면 억지로라도 눈물을 추슬러야 한다. 펑펑 울고 나면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감이 해소된다는데 한국 남성들은 참으로 불쌍하다.

개인적으론 만화책을 보면서도 찔끔거릴 정도로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마음껏 울었던 경험은 거의 없다. 단 한 번 술이 몹시 취한 상태에서 그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업혀서 집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태어나서 처음 필름이 끊긴 것인데 부모님께 “시험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통곡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전해들은 얘기라 그 느낌이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평소에는 근엄하다가도 술을 마시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심리학에서 보면 평소 강한 이미지를 풍겼던 사람 가운데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하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10명 정도의 남성이 모인 술자리에서 “남자가 술을 마시면 왜 눈물을 흘리나”라는 이 비장한 화두를 던져봤다. 다들 한 마디씩 했지만 “이성에 의해 억눌렸던 무언가를 술이 놓아버린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하긴 슬픔과 눈물의 연결 메커니즘조차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니 답변이 이토록 평범할 수밖에.

가장 엽기적인 대답은 “마신 술이 눈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주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근거는 술과 눈물이 둘 다 액체라는 것뿐이다. 더 엽기적인 상상을 해본다. ‘술 마시고 흘린 눈물을 받아서 술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이름 하여 ‘눈물로 빚은 술’ 정도가 될 터인데 맛이야 어떨지 몰라도 느낌만은 참으로 그럴싸하지 않은가.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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