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黨政) 분리라면서 국민적 논란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 집권당 원내대표가 이처럼 ‘대통령의 뜻’에 무조건 따르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여론과 거리가 있는 판단을 할 경우 제동을 거는 게 여당의 할 일이고 그것이 바로 당정 분리 정신 아닌가.
지금 여권이 수도 이전을 강행하면서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것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법이 선거를 앞두고 졸속 처리됐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법안 통과에 대해 사과하고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재론(再論)하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특별법 3조는 ‘국가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있어 국민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함으로써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은 점점 높아져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민심 흐름을 외면하고, 급기야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사람을 대통령 퇴진을 바라는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인다면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국민 절반이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이란 말인가.
여당은 대통령에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국가정책을 ‘정치 게임’이나 ‘편 가르기’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집권당이라면 대통령보다 국민의 뜻에 더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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