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비친 흰 머리 때문에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는 게 주변의 조언이었다고 그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결심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짧고 검은 머리를 의식한 측면도 있는 듯 하다. 노 대통령은 탄핵정국이 끝난 뒤 복귀한 5월 14일 ‘깍두기 머리’(열린우리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의 표현)로 짧게 깎았다. 각종 외빈접견 행사 때마다 노 대통령을 근접 보좌하는 백 의전장은 노 대통령보다 8세 아래. 하지만 노 대통령이 헤어스타일을 바꾼 뒤부터 “TV에서 노 대통령보다 연장자로 보인다”는 말을 들었고 결국 이것이 염색을 하게 된 이유라는 후문이다.
백 의전장도 기자의 질문에 “노 대통령의 의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 머리 염색은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직자들은 모시는 상급자의 나이, 심기는 물론 카메라에 비친 이미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52세의 젊은 총리가 등장한 국무총리실에서는 총리가 의전 문제에 먼저 신경을 쓴 흔적이 나타난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6월 말 취임을 전후로 43세인 95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에 10세 연상의 실·국장을 상대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나이 많은) 국무위원들을 깍듯이 모시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72학번인 이 총리는 나이로만 치면 총리실 및 국무조정실의 국장급에 해당된다. 또 보좌진 가운데는 이 총리의 용산고 3년 후배가 과장(3급)으로 일할 정도다.
반면 이 총리보다 연배가 높은 관리들은 취재기자가 나이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다. “프로들이 일하는 곳에 나이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거나 “5선의원인 이 총리는 정치권에선 원로급 아니냐”는 판에 박은 듯한 답이 돌아왔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를 겪어 보니까 이 총리도 외부에서 듣던 ‘송곳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다”며 “총리실에서 적어도 나이 문제는 정리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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