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이날 오전 의문사위와 국방부에 특별조사국 감사관을 각각 4명씩 보내 국방부가 의문사위의 조사를 방해했는지와 의문사위의 조사에 무리한 점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특별조사국은 “이번 조사의 목적은 두 기관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허 일병 사망사건 자체를 재조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감사에선 의문사위 조사관들을 위협하기 위해 허공으로 총기를 발사한 국방부 검찰담당관 인길연 상사(본인은 가스총을 쐈다고 주장)와 당시 상황을 녹음한 의문사위 박종덕 조사3과장 등이 참석했다.
감사원은 인 상사의 총기 발사 상황이 담긴 의문사위측의 녹취록과, 여권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의문사위 조사관들의 대화 내용을 담은 인 상사측의 녹취록을 각각 제출받아 검토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의문사위의 녹음에 담긴 총기 소리가 권총인지, 가스총인지를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이번 특감은 27일까지 2주간 실시될 예정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은▼
의문사위와 국방부간 공방전의 원인이 된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은 1984년 4월 2일 육군 7사단 소속 모 부대에서 중대장 전령으로 근무하던 허 일병(당시 22세)이 가슴과 머리에 총 3발을 맞고 변시체로 발견된 사건.
당시 육군 7사단 헌병대는 “허 일병이 중대장의 가혹행위로 인한 군복무 부적응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기 의문사위는 2002년 “조사 결과 노모 중사가 만취 상태에서 오발사고로 허 일병을 쐈고, 이를 자살로 은폐하기 위해 누군가가 폐유류고 뒤에서 2발을 더 쏘았다”며 ‘타살’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재조사, 같은 해 11월 “헌병대 결론대로 자살이다”고 반박했다. 특히 특조단장인 정수성 대장(현 1군사령관)은 공식 발표 석상에서 “의문사위가 진술조서를 날조해 타살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기 의문사위는 재조사에 들어가 지난달 18일 △허 일병의 총기번호가 수정돼 발포된 총기가 허 일병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미국 법의학자 등이 현장사진을 검토한 결과 허 일병이 살해된 후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는 소견을 낸 점 등을 토대로 허 일병이 타살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다시 “총번 수정은 단순한 행정착오였으며, 사진만으로 시체가 옮겨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의문사위는 허 일병 사건에 대해 1기 때는 민주화와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2기 때는 “타살은 명확하나 실체 접근이 어렵다”며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