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인&아웃]‘北 주적’ 가르칠까 말까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44분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하나요?’

최근 군(軍) 정훈장교들이 장병들에 대한 대적관(對敵觀) 교육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북한은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가’ 등에 대해 여권 내에서 종전과는 다른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특히 국방백서의 ‘주적(主敵)’ 개념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이 여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것은 정훈장교들에겐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열린우리당 조성태(趙成台) 의원이 “주적 개념을 국방백서라는 대외문서에 쓰는 문제는 검토할 만한 시기가 됐다”는 입장을 최근 밝힌 것에 대해 정훈장교들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 의원은 2000년 장관 시절엔 주적 개념을 적극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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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전부대 정훈장교는 “주적 개념을 강조한 언론 기사와 칼럼들을 스크랩해 장병들에게 읽게 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장병들이 주적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이 군을 상대로 한 강연회에서 “병사들이 (북한에 대한) 적개심보다 조국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 높은 시민의식을 갖는 것이 더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논란이 됐다.

당시 이 차장의 발언에 정훈병과의 한 장성이 “그럼 대적관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고 반박한 것은 곤혹스러운 군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것. 실제로 북한에 대한 여권의 새로운 시각은 장병들은 물론 정훈장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월 사상 처음 열린 육군 정훈장교 워크숍에서 남재준(南在俊) 육군참모총장이 대적관 교육을 강조했을 때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

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방대 정신교육단은 교수 1인당 60여개 부대를 돌며 대적관 교육을 하고 있고, 육군은 정훈장교를 730여명에서 다소 늘리는 방안을 마련중이지만 북한을 보는 여권과 군의 시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장병 교육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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