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신치영/李부총리와의 심야인터뷰

며칠 전 본보에 보도된 이헌재 경제부총리와의 심야(深夜) 인터뷰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물어오는 분이 많아 취재경위와 뒷얘기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19일 오후 7시20분경 이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재정경제부 통합브리핑실에 있던 저는 부총리실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죠. 김광림 차관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비상이 걸린 김 차관, 박병원 차관보, 이종규 세제실장, 김석동 금융정책국장, 이철환 비서실장 등이 모여 있더군요.

김 차관은 “방금 부총리에게 전화해보니 ‘그런 일 없다’고 하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찜찜했습니다. 국민은행 자문료 파문 등으로 부총리의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라는 점도 떠올랐습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단 부총리 자택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오후 9시를 조금 넘겨 도착해보니 부총리는 집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비실과 실랑이를 벌이고 집에 전화를 걸어 들여보내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부인께서는 “부총리가 피곤해서 아무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집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가 잠깐 얼굴만 보고 싶어 한다고 전해 달라”고 사정한 끝에 10시반경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댁으로 들어가지는 않았고 빌라내 조그만 헬스클럽으로 안내를 받았죠.

잠시 후 이 부총리와 마주 앉았습니다. 좀처럼 차분함을 잃지 않는 그가 그렇게 격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기대하지 않았던 캔맥주까지 ‘대접 받으며’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1시간 정도가 흐른 뒤 옆에 있던 비서관이 인터뷰를 끝내자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부총리는 아직 못 다한 말들이 있다는 듯 캔맥주를 하나 더 청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이 더 지나는 동안 부총리의 ‘깊은 속’을 들여다봤죠.

보도가 나간 뒤 반향은 엄청났습니다.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많은 전화와 e메일도 받았습니다. 이 부총리의 희망대로 이번 심야 인터뷰가 이 땅에 시장경제 원칙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신치영 경제부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