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토론회를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홍재형 정책위 의장, 이계안 제2정조위원장 등 국회 재경위와 정무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10여명이 증권업협회를 방문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100분간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증시에서는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몸을 낮춰 젊은 증시 전문가들과 한국 경제의 현 주소 및 금융 산업 발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겠다고 나선 취지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인들의 ‘러브 콜’에 선뜻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 찍힐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정치권을 불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달 초 열린우리당이 한국 정치권의 ‘좌(左)편향성’을 지적한 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의 관계자를 불러 사과를 받아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증권가에는 ‘입 조심’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애널리스트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이번 토론회의 참석을 꺼려 증권업협회 관계자들이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한 증시 전문가는 “휴가라도 내서 피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됐다”며 “밑바닥에 묻어둔 험한 소리까지 털어놓을 생각이지만 정치인들이 진지하게 들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증시에는 정치권 고위 인사가 여의도 증권가를 방문하면 주가가 폭락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시장의 반감이 크다는 얘기다. 곱씹어 보면 시장은 정치인의 ‘달콤한 입’보다는 시장의 쓴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정치권의 성숙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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