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요즘 1주일에 이틀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집에서 국회까지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한다. 서민들과 부대끼는 생활을 해야 ‘특권의식’을 갖지 않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한나라당엔 아직도 기득권을 굴비처럼 주렁주렁 차고 있는 의원들이 너무 많아요. 낮은 포복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는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의 재산공개 요건을 강화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당내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기득권 포기에 대한 저항이었다.
개정안의 골자는 의원 직계존비속의 재산공개 거부 금지와 의원의 납세 결과 매년 공개 등이었다. 모두가 의원의 재산 증식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121명 전원에게 공동발의 서명을 요청했으나 이에 응한 의원은 단 11명에 불과했다. 등 뒤에서 “왜 스스로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 의원은 또 등원 직후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상임위 전환을 주도하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일부 다선 의원들은 “예결위가 상임위로 바뀌면 예결위의 계수조정 과정에서 야당의 지역구 예산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수천억원이 날아간다”며 노골적으로 압박을 해왔다. “초선이 현실 정치를 모르면서 너무 설친다”는 비난도 있었다.
과거 비공개인 예결위 계수조정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성 ‘끼워 넣기 식’ 예산 증액이 이뤄진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 이때 여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를 한다. 여야지도부는 지루하게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예결위의 상임위로의 전환은 무위로 끝났다.
박 의원은 “가끔 ‘정치권에서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하는 고민에 빠진다”고 털어놨다. 독불장군으로는 뜻을 이룰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득권 보호를 위한 뒷거래’는 반드시 드러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또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솔선수범)를 실천하지 않으면 반드시 유권자들의 냉혹한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믿는다.
박 의원은 “어렵겠지만 설명하고 설득하고 애원하겠다. 끝까지 안 된다면…”이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의정활동 2개월을 막 보낸 초선의원의 ‘초상’치고는 너무나 힘겨워 보였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재완 의원은…▼
‘문민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다. 49세. 행정고시(23회) 출신이면서도 성균관대 교수를 지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경제정의연구소 정책위원장 등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예산 주권의 국민 환원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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