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가 오른 한군은 달아나는 장함의 군사들을 쫓아가며 마구 죽였다. 그런데 한 30리나 뒤쫓았을까, 먼저 정탐을 나가 있던 군사들이 급히 돌아와 한신에게 알렸다.
“호치(好치) 동쪽에서 엄청난 대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폐구에서 장함을 구하러 달려온 옹군(雍軍)인 듯합니다.”
한왕의 장수들 중에는 가장 오래 항왕 쪽에 남아 있다 와서 장함에 대해서도 남보다 아는 것이 많은 한신이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장함에게는 장평이라는 용맹스러운 아우가 있었는데 이는 필시 장평이 이끄는 대군일 것이다. 아마도 식 골짜기를 막고 있다가 형의 위급을 듣고 달려온 것일 터인즉, 그 세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니 더는 급하게 적을 쫓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는 쇠를 두드려 군사를 거두게 하였다.
한편 싸움에 져서 형편없이 쫓기던 장함은 아우 장평이 대군을 이끌고 오고 있다는 말에 다시 기운이 솟았다. 게다가 한군의 추격까지 멎자 한숨을 돌리며 쫓겨 오는 군사를 거두어 호치 서쪽에 진채를 벌이게 했다.
“이곳 호치도 싸워볼 만한 지형이다. 장평이 오는 걸 알고 적이 쫓기를 그쳤으니 여기서 터를 잡고 기다렸다가 맞받아치도록 하자.”
그리고 장평에게는 따로 사람을 보내 호치 동쪽에 진채를 내리게 했다. 무턱대고 전군을 합치느니보다는 동서(東西)로 나누어 서로 돕고 의지하는 형세(기角之勢)를 이루도록 한 것이었다.
그때 한신은 싸움에 이긴 장졸들에게 고기와 밥을 배불리 먹이고 쉬게 하는 한편 정탐하는 군사를 풀어 옹왕 장함의 움직임을 살피게 했다. 그날 밤이 깊기 전에 정탐 나간 군사들이 돌아와 옹군의 움직임을 낱낱이 알려왔다. 한왕 유방을 모신 대장군의 막사에 장수들을 불러 모은 한신이 다시 명을 내렸다.
“옹왕 장함이 아우 장평의 구원에 힘입어 호치 동서에 진채를 벌이고, 서로 돕는 형세를 이루며 우리에게 맞서려 하고 있소. 장평이 맹장이고 군사도 3만이 늘었으나 크게 적을 두려워 할 것은 없소. 내일 아침 우리는 군사를 두 갈래로 쪼개 장함과 장평을 한꺼번에 잡을 것이오. 내일 새벽 조용하고 신속하게 양쪽을 동시에 들이쳐, 서로 돕고 의지할 틈을 주지 않으면 아침밥을 끓일 때쯤은 장함과 장평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는 바로 군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조참과 주발 두 분 장군에게는 장평을 맡기겠소. 각기 군사 만 명씩을 딸려줄 터이니, 어서 돌아가 떠날 채비를 하시오. 오늘밤 삼경 말발굽은 헝겊으로 싸고 군사들에게는 하무를 물린 뒤에 가만히 길을 돌아 호치 동쪽으로 옮겨가야 하오. 그리고 되도록이면 장평의 진채 가까이에 숨어 있다가, 서쪽에서 우리가 장함의 본대를 치며 지르는 함성이 들리면 두 분 장군은 한꺼번에 덮치도록 하시오. 반드시 장평을 사로잡지는 못해도 놀라 달아나도록 할 수는 있을 것이오.”
그렇게 조참과 주발을 떠나보낸 한신은 나머지 장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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