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해보니]열린우리당 김영주의원

  • 입력 2004년 8월 4일 18시 54분


김영주 의원 - 전영한기자
김영주 의원 - 전영한기자
열린우리당 김영주(金榮珠) 의원은 말쑥한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다. 같은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캐주얼이나 잠바를 고집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가 굳이 정장을 입는 이유는 갑자기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가 아니다. 집권여당 의원이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그에 걸맞은 품위를 갖춰야 하고 상황과 분수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 그가 민노당 의원들에게서 느낀 간극은 ‘옷차림’뿐이 아니었다. 20년 넘게 노조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정서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그는 온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회의원과 특정 단체를 대변하는 노동운동가는 분명히 다르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동안 첫 여성사무직 노동자 출신의 초선 의원이 느껴야 했던 ‘현장’과 ‘현실’의 괴리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특히 노동자의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민노당 의원들과 비교되면서 노동계 후배들로부터 욕을 먹을 때는 서운하기도 했다.

“민노당이 밖의 주장을 여과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볼 때면 착잡합니다. 비정규직보호법만 봐도, 민노당은 근로자파견제도를 아예 없애자고 주장합니다. 당장 노동자들에게서 큰 박수를 받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오히려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는 “‘구태의연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비정규직 문제’나 ‘주40시간 근로제’ ‘공무원노조 노동3권 보장’과 같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60∼70%의 뼈대를 세우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일주일에 한번씩 민간경제연구소 전문가를 초빙해 경제 현안에 대한 세미나를 갖고 있다. 노동자의 입장은 잘 알지만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재계의 관점이나 경제 현안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아 이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의 의정활동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민노당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같은 여당 의원들조차 노동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공과 무관한 사람들로 환경노동위원회가 꾸려지는 것을 볼 때는 실망스러웠죠. 이런 의원들을 상대로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노사문제를 공론화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집권 여당 노동계 대표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스스로의 한계를 미리 설정하고 물러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약하지만 노동자를 위한 제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천천히 뚜벅뚜벅 갈 생각입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김영주 의원은…▼

사상 첫 여성 사무직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비례대표). 49세. 서울신탁은행 노조 여성부장, 전국금융노련 상임부위원장을 거쳐 1999년 민주당에 노동계 여성대표로 영입됐다. 노조활동을 하면서 방송대 국문과, 서강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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