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와 별개…외국서 금지된 약 국내 유통

  • 입력 2004년 8월 5일 17시 21분


1일 판매금지된 감기약 성분인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이외의 성분 가운데 일부가 외국에서는 사용이 중지됐으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유통 중인 사실이 5일 열린 당정회의에서 공식 제기됨에 따라 PPA에 이은 다른 약 성분의 유해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약품 유해성 논란의 경우 의약 및 시민단체들이 줄곧 문제를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PPA 감기약 파문을 계기로 당국이 약품의 안전성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및 국내 조치 실태=도마에 오른 성분은 비염치료제인 테르페나딘을 비롯해 페몰린, 난드로론, 메타미졸소디움, 네파조돈, 시사프리드 등 6가지 정도.

테르페나딘의 경우 미국에서는 심장부정맥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1998년 시장에서 모두 회수됐으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처방의약품으로 계속 유통되고 있다.

부작용 연구 결과가 제기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0년 1월 테르페나딘 120mg 단일제와 테르페나딘 60mg이 포함된 복합제에 대해 생산 및 판매를 금지했으나 테르페나딘 60mg 단일제는 계속 생산을 허용했다.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페몰린은 간독성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캐나다와 영국에서 회수 조치됐으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허가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수술 뒤 사용하는 치료제 성분인 메타미졸소디움은 쇼크 위험성이 높아 미국 영국 등에서 회수 조치됐으나 식약청은 복합제 판매를 금지했을 뿐 단일제는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식약청과 시민단체간 공방 및 대책=식약청은 이 문제와 관련해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을 약간씩 수반하고 있다"며 "일부 성분에 대해서는 생산 잠정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이미 취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올해 5월 '외국에서 회수 조치된 약품 성분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발표했을 당시에도 "의사 약사 소비자에게 새롭거나 크게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의약·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이번 기회에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약품 성분에 대해 제조·판매 중지 조치 등과 함께 시장에서 관련 약품을 빨리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천문호(千汶浩) 회장은 "테르페나딘의 경우 복합제는 판매를 금지하면서도 단일제에 대해서는 계속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들 성분을 대체할 의약품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부작용 우려가 있는 성분을 당국이 굳이 허용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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