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이 천사]<32>진료비 기부 김종환-박경미 부부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43분


매달 노인들의 진료비를 모아 고아단체에 보내는 부부 한의사.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경미씨와 남편 김종환씨, 김씨 한의원의 공동원장인 김형균씨.- 김미옥기자
매달 노인들의 진료비를 모아 고아단체에 보내는 부부 한의사.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경미씨와 남편 김종환씨, 김씨 한의원의 공동원장인 김형균씨.- 김미옥기자
경기 성남시 ‘김&김 청담한의원’ 원장인 한의사 김종환씨(38)와 인근에서 다른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경미씨(39)는 결혼 10년차인 한의사 부부다.

이들의 한의원에는 입양아들을 위한 ‘특별한’ 모금함이 설치돼 있다. 65세 이상 환자들이 내는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모아 모두 홀트아동복지회 월드비전 등 입양아 관련단체에 성금을 보내고 있는 것. 한 달에 보내는 성금이 양쪽을 합쳐 200여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사정을 아는 환자들 중에는 진료비뿐 아니라 모금함에 만원짜리 한 장씩 더 넣고 가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의료인으로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그는 동료 교수, 간호사와 함께 ‘의료봉사팀’에 가입해 약 5년 동안 사회복지관 노인들에게 무료진료를 다녔다. 2년 전 개업을 하면서부터는 바쁜 진료일정 탓에 ‘일단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는 것 자체로도 봉사’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그는 이런 방식의 봉사에 항상 ‘2%’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4, 5년 동안 고아단체에 매달 10여만원씩 후원해오던 부인 박씨가 지난해 초 소득의 일정 비율을 미리 정해 기부할 방법을 고안해 낸 것. 바쁜 진료 일정 때문에 아쉬워하던 김씨도 부인의 생각을 받아들여 이 모금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취지에 공감한 공동원장 김형균 한의사(41)도 흔쾌히 동의했다.

고정적으로 정해진 돈을 내는 것보다 수익 중 일정한 금액을 능력에 따라 기부하는 것이 의미도 있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에 일치한 것.

이 밖에도 김씨는 인근 성당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단체에도 매달 30만원씩 후원금을 내고 있다.

김씨는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일단 남에게 도움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은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도와줄 것이 있으면 베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돈으로 하는 봉사가 가장 낮은 봉사지만 올바른 기부문화는 이 사회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사코 취재를 거부하다 “건전한 기부문화의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는 간곡한 설득을 받아들여 인터뷰에 응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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