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장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신 의장이 그동안 국민을 속였던 것이 충격스럽다”며 공세를 펼쳤다. 그러면서도 사퇴 촉구 등 전면 공격은 자제했다. 신 의장 때문에 부담을 느낀 여권이 과거사 진상규명 드라이브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신 의장의 사퇴 결심 소식에 분위기는 대응책 마련 쪽으로 급반전됐다.
한 주요 당직자는 “신 의장의 사퇴는 열린우리당이 과거사 청산에 앞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우리도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열린우리당이 신 의장 사퇴를 계기로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과거사와 관련해 거센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복수의 칼을 갈면서 한풀이를 하는 식으로 과거사 진상규명에 드라이브를 걸 우려가 있다”며 “지금 과거사를 파헤치는 게 진정 국익보다 앞서는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과거사 진상규명 바람몰이에 맞대응하기보다는 경제 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과거사 문제로 공방을 벌이느니, 민심을 등에 업은 ‘경제 살리기’의 이슈로 계속 여권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또 신 의장 부친의 친일문제에 당력을 집중할 경우 여권의 과거사 규명 이슈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금 경제는 보통 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며 1980년대 경제회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네덜란드식 ‘노사정 대타협’ 추진 방침을 밝혔다.
그는 또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 자민련도 민주노동당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 4당이 단일 전선을 형성해 여권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의장은 노사정 대타협의 구체 방식에 대해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좀 양보하고 그 재원을 실업자 해소나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에 써야 한다. 또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고 사용자(사업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