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의 자유발언 선언이 떨어지면 우르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던 ‘과거의 동지’들이 단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 그는 멋쩍은 얼굴로 슬그머니 다시 앉았다. A의원은 “과거에는 자유발언 시간에 겨우 10여명만 앉아 있었는데…. 거참 많이 달라졌네”라고 머쓱해 했다.
24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이해봉(李海鳳) 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일도 많은데 뭐 하러 공무원들이 이렇게 많이 나와 있느냐. 국회는 정책 질의를 하는 곳인 만큼 장차관과 실국장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처음에는 눈치를 보던 과학기술부 공무원들은 서서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법사위에서도 최연희(崔鉛熙) 위원장이 “감사원에 별 일이 없는 모양”이라고 지적하는 바람에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25일 재정경제위에서도 벌어졌다. 김무성(金武星) 위원장은 아예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과장급 이하 공무원들은 회의장에서 나가달라”고 퇴장을 명령했다. 김 위원장이 모두 발언에서 “일부에서 너무 많은 공무원들이 국회에 나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상임위에는 국장급 이상만 배석하는 것이 어떠냐”고 긴급 제안했고 의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김 위원장의 명령 직후 20여명의 과장급 이하 재경부 공무원들이 자리를 떴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도 회의에 앞서 “일 안하고 여기에 모여 있다는 얘기 듣겠다”고 부하 직원들에게 말했다.
24일 정무위에서는 한 의원이 “공무원들이 국회에 나와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회의장 안에 있지 말고 나가서 쉬라”고 배려하기도 했다.
과거에 당연시됐던 여러 관행들이 도전받고 있다.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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