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수능을 9등급으로 단순화하고 그 대신 학교생활기록부 활용비중을 높이도록 하면 수능에 매달리는 현상이 줄고 자연스럽게 학교 수업에 충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번 교육부의 개선방안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역대 교육대책이 모두 같은 배경에서 나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로 학부모나 일선 학교 및 학원 등 사교육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입시제도 개선방안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수능과 학생부 등급을 잘 받아야 하고 여기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대학별 고사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세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중2 아들을 둔 김모씨(40·서울 강남구 도곡동)는 “수능 문제가 쉬우냐, 어려우냐를 떠나 상위 4% 안에 들어 1등급을 받아야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데 어떻게 과외를 안 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생부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과목별로라도 내신 대비 과외를 한다는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 등 학원가에서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대비 강좌를 열고 학생이 다니는 학교의 기출문제와 출제예상문제까지 만들어 가르치는 곳도 있다. 심지어 수행평가 과제별로 30만∼40만원씩 하는 소규모 그룹과외를 하기도 한다.
학생부 성적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좋은 내신을 받기 위해 학교 진도보다 앞질러 배우는 선행학습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 학부모는 “한국사회 자체가 치열한 경쟁사회인데 어떤 제도를 내놓아도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은 “내신을 올리기 위한 선행학습 강화가 불 보듯 뻔하고 교과서 중심으로 문제가 출제된다면 족집게 강의 등이 성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들이 수능과 학생부를 믿지 못하게 되면 대학 자체에서 실시하는 면접구술, 논술고사의 변별력을 높일 것이기 때문에 학생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등 일부 대학들은 학업적성검사라는 명목으로 교과적 지식을 묻거나 영어실력을 평가하고 있다.
서울 세화여고 박범수 교사(42)는 “상위 1% 안에 드는 학생들도 의대 한의대 등 원하는 학과에 합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또다시 무한경쟁을 하는 추세”라며 “각 대학이 심층면접을 너무 어렵게 내면 이와 관련된 과외 수요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앞으로 사교육 시장은 선행학습, 수능, 심층면접 등 전형 특성에 맞게 세분화,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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