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 大入 개편안 이후]방송과외-부동산규제-내신강화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50분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역 인근 A부동산 중개업소.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은 없고 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조금씩 더 가격을 낮춰 내놓는 전화가 이따금씩 걸려 왔다.

A업소 사장은 “청실아파트 31평형 급매 전세가 3년 전 가격인 1억7000만원에 나왔다”며 “지난주까지 1억9000만원 밑으로는 안 된다고 했었는데…”라고 말했다.

청실아파트는 주변에 학원이 밀집해 있어 자녀의 진학을 염두에 둔 외지인들의 전세 수요가 가장 많았던 곳. 올 초 시세인 2억3000만원에 비하면 무려 4000만원이 하락했다. 인근의 개포우성과 선경 31평형도 연초 3억8000만원선에서 현재 3억원선에 전세가 나와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시안’을 발표한 직후인 27일 유명학원 밀집지역인 대치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BS 수능방송’ 때문에 가뜩이나 전세금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내신 위주 대학입시’ 방안이 발표되면서 이른바 명문고가 몰려 있는 좋은 학군에 이사 오려는 전세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입제도 개편으로 서울 강남 목동 등 주요 주택가의 아파트 매매 가격보다 전세금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매 가격은 큰 영향 없어”=본보와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스피드뱅크가 27일 강남 30곳과 목동 20곳 등 총 50곳의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응답자의 54%가 ‘매매가격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40%는 ‘조금이지만 하락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히려 오를 것이다’와 ‘크게 떨어질 것이다’는 응답은 각각 2%, 4%였다.

강남지역에서는 ‘조금은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50%)이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47%)보다 조금 많았다.

안명숙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이나 목동 등은 교육 여건 외에 교통이나 문화생활 여건 등이 좋기 때문에 매매가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유명 학교나 학원을 찾아오는 신규 수요는 줄어 전세금 등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입 정책 변화로는 집값 영향 못줘=대입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달라져 왔다. 과외 근절과 사교육비 경감 방안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과외는 더욱 극성을 부렸고 유명 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 목동, 상계동 지역 집값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에 따라 이번 대입제도 개편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학교 2학년생 자녀를 두고 있는 대치동의 한 학부모(41)는 “내신이 중요해지면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과외를 해야 하므로 좋은 과외 선생이 많은 강남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도컨설팅의 임달호 사장은 “이해찬 국무총리가 교육부 장관 시절 ‘반드시 성적이 좋지 않아도 한 가지 특기만 있으면 대학에 갈수 있다’는 정책을 폈지만 강남 수요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대학별로 특성화될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곳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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