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4]월가, 부시에 등 돌리나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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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돈으로 뒷받침해 왔던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 경영진이 부시 대통령 지지 입장에서 돌아서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뉴욕의 공화당 선거후원금 모금행사장에서 400만달러(약 46억원)가 넘는 돈을 걷는 데 크게 기여했던 메릴린치의 최고경영자(CEO) 스탠 오닐은 이후 부시 대통령 지원 활동을 뚝 끊었다.

오닐씨는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가 넘는 선거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기여한 ‘레인저’ 클럽에서도 상위에 속한 월가의 CEO.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이제 오닐씨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딕 풀드 회장 겸 CEO도 지난해 부시 대통령에게 후원금을 냈으나 올해에는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와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각각 후원금을 기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 월가 경영진이 좋게 말해서 부동층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일부 경영진은 “부시 대통령을 좋아하건 말건 전쟁 도중에 사령관을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수세적으로 말할 정도.

월가가 ‘관망 또는 부동’으로 돌아선 것은 부시 대통령이 갈수록 월가에 애정을 보이지 않기 때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금융계 인사를 재무부 장관에 기용하지 않은 경우는 부시 대통령이 처음이다.

철도회사 경영진 출신인 존 스노 재무장관은 월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월가가 환영한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세금감면이 유일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이라크전쟁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동맹국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만든 것도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가 무대인 월가 금융기관들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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