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교사들 업무부담은 어떡하나

  • 입력 2004년 8월 29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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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26일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입시안 내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추이를 전망하느라 분주했다.

한 과학전문학원 원장은 “학생들에게 주관식 시험을 낸 뒤 첨삭지도를 해 주고 있다”며 “한 학생의 답안지를 채점하는 데만 30∼40분이 걸리지만 이 정도는 해 주어야 실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입제도가 바뀐다고 하지만 어떻게 해도 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 정도로 신경 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 논술학원 관계자는 “다양화하는 논술 구술면접에 대비해 학생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학교에서 진로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학생들의 학원 의존도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발언에는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학교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학교 교사들은 많은 학생 수와 과중한 잡무 부담 때문에 교육에 전념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개개인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학부모는 “수업 중 완성하지 못한 미술작품을 숙제로 받아와 학원에서 만들어준 작품과 바꿔 보냈는데 교사가 눈치 채지 못하더라”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교육부는 더욱 중요해진 내신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에게 교수학습계획과 내신평가계획 기준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광복 이후 입시제도는 평균 4년에 한번꼴로 바뀌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둔 적은 거의 없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투자가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입시제도 개선안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교육 정상화’라는 제도개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교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교육 관계자들은 상기했으면 싶다.

손효림 교육생활팀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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