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한국 언론의 소유권과 시장구조’ 세미나

  • 입력 2004년 8월 30일 19시 15분


한국언론학회 산하 ‘한국 사회와 언론’ 연구팀이 최근 마련한 ‘한국 언론의 소유권과 시장 구조’ 세미나에서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문사 소유 지분 분산과 시장점유율 제한 조항은 합리적 근거와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신문을 보고 있는 독자.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언론학회 산하 ‘한국 사회와 언론’ 연구팀이 최근 마련한 ‘한국 언론의 소유권과 시장 구조’ 세미나에서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문사 소유 지분 분산과 시장점유율 제한 조항은 합리적 근거와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신문을 보고 있는 독자. 동아일보 자료사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개혁은 단골 메뉴였다. 언론개혁을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김동규 건국대 신방과 교수)

“주관적 표현의 자유가 있는 신문에는 개혁을 요구하고 희소한 전파 자원을 쓰는 방송은 소홀히 하는 것은 역차별이다.”(방석호 홍익대 법학과 교수)

열린우리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신문법(가칭) 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언론학회 산하 ‘한국 사회와 언론’ 연구팀(팀장 임상원 고려대 명예 교수)은 27일 서울 고려대 국제관에서 유재천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의 사회로 ‘한국 언론의 소유권과 시장구조’에 대해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김동규 교수와 정윤식 강원대 신방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으며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강기석 경향신문 대기자, 김균 고려대 경제학과, 방석호 홍익대 법학과,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동규 교수는 발표문 ‘한국언론의 소유구조, 시장, 개혁의 딜레마’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과 시장점유율 제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윤식 교수는 ‘방송매체의 소유권 법제와 정책’에서 신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문과 방송 교차 경영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소유지분 제한

김동규 교수는 “소유지분 제한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언론의 소유 집중이 여론 독과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러나 소유의 다양성이 곧 사상의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오히려 기업 공개로 철저히 이윤 추구를 하는 복합 미디어 기업에 맞서 가족 소유의 신문이 여론의 다양성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소유지분 제한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으며 이를 소급 적용해 강제로 신문시장을 재편하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했다.

○ 시장점유율 제한

김 교수는 “신문시장 독과점의 근거로 제시되는 기존의 시장점유율 자료는 대부분 구독률에 근거한 것이거나 추정치일 뿐”이라며 “경영성과를 근거로 해 전체 시장 규모와 각사의 시장 점유율을 정확하게 분석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시장의 성격과 범위에 대해서도 신문 방송 인터넷을 포함한 저널리즘 전반을 모집단으로 해 점유율을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별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송은 규제가 완화되고 신문은 오히려 강화되는 규제의 비대칭성도 문제”라며 “산업간 경계를 넘어 경쟁체계에 맞는 통합적 규제방식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문과 방송의 교차 경영

정윤식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디지털화와 뉴미디어 출현에 따라 각종 규제 완화와 미디어 겸영은 일반적 추세”라며 “신문과 통신 사업자가 방송매체로 진입하거나 방송매체가 수평적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보도채널을 신문사뿐 아니라 다수의 사업자에게 개방하면 여론의 다양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토론자들 주요발언▼

▽남시욱=헌법에 발행의 자유가 있는데 소유지분 제한은 ‘혼자 하지 말고 몇 사람 합해서 하라’는 식의 과잉 제한이다.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려고 해도 신문 발행에 관한 통계가 없다.

▽강기석=소유지분 제한이나 편집권 독립 법제화는 실효성이 없다. 소유지분을 제한해도 대부분 현 소유주가 경영을 맡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문고시를 강화해 독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공동배달제를 적용해 진보적 매체를 북돋아야 한다.

▽방석호=통독 전 서독 기본법 5조 1항 1, 2호에 신문의 자유는 ‘주관적 표현의 자유’고 방송의 자유는 ‘객관적 질서 보장의 자유’라고 표현돼 있다. 방송의 경우 전파 자원이 희소해 국가나 사회 권력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즉 신문과 방송의 차별적 규제를 뜻한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는 주관적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는 신문에 대해 객관적 질서를 요구하고 방송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고 있다. 논의의 궁극적 목표는 언론의 자유다.

▽김균=신문사 소유지분 제한을 30%로 한다고 해도 7, 8명이 각각 30% 미만의 지분을 갖고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한다면 별 의미가 없다. 이것이 싫으면 50% 이상을 공적 소유로 바꿔 공기업화하는 것인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이재경=언론개혁 논의를 보면 정부는 ‘선한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정부 개입은 필요 없다. 한국 신문은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사실은 없고 의견만 있는’ 오피니언 저널리즘을 극복해야 한다.

▽김민환=언론개혁 어젠다는 ‘헛제사’다. 실익이 없다. 소유지분을 제한하면 신문사는 문화재단을 만들거나 주식시장에 공개하면 된다. 언론개혁이 대단히 정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당은 민의를 대변해온 자신을 언론이 편들어 주지 않는다며 손을 봐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세력의 표를 얻어서 당선된 세력이 조중동을 욕하는 것이 득표에 불리할 것이 없다. 하지만 메이저 신문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언론의 초월적 독립성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신문이 정쟁의 당사자가 돼 있다.

▽양승목=외국에서 시장점유율 제한은 신문사 인수합병시 적용된다. 반면 우리는 한 신문사가 30% 넘느냐 마느냐로 논의된다. 이를 지키려면 특정 신문을 부산에서 못 보게 한다든가 추풍령 이남에서 못 팔게 해야 한다. 조중동도 시장 정상화를 반대해선 안 된다. 신문고시 강화, 공동배달제 등만 성공해도 효과가 크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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