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불안감을 털어내는 길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양보하면서 대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의 물밑작업 본격화=노사정대타협을 추진하는 당-정-청 협의체는 지난달 20일부터 가동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선 이목희(李穆熙) 김영대(金榮大) 노동위원장(공동)이, 청와대에선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이원덕(李源德)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정부에선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과 김금수(金錦守) 노사정위원장이 멤버이다.
열린우리당의 노사정대타협추진위원회는 임채정(林采正) 의원이 위원장, 이계안(李啓安) 이목희 의원이 간사를 각각 맡고 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월 열린우리당 고위 인사와 노사정 대타협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그 이후 여권 핵심부는 이를 실천하는 방안을 깊숙이 협의해 왔다.
▽여권의 구상=당-청은 노조 쪽에 대해 △파업 자제 △고임금직의 임금 인상 자제 △대기업 직원의 배치전환을 통한 고용 유연성 강화 △정규직의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용자측에 대해선 △우리사주제의 확대 등 초보적 수준의 노조 경영참여 인정 △정리해고 방지 등 고용 안정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등을 요구할 예정.
노사가 이를 수용할 경우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등 ‘당근책’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노사정 대타협에 대해 원론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노당은 여권이 표방하는 네덜란드식 모델에 대해 “네덜란드의 높은 복지수준과 작은 빈부격차, 타협을 통해 확보된 노동기본권의 확장과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은 빼놓은 채 임금에 대한 노측의 양보만을 거론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엇갈리는 노사 입장=지난 하투(夏鬪) 과정에서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민주노총이 당초 21일까지 결정할 예정이었던 노사정위원회 복귀 문제를 내년으로 미룬 것은 노사정 대타협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치권이 ‘이벤트성’으로 사회적 협약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협약 자체를 희화화(戱畵化)할 우려가 있고 진정한 의미의 노사 상생을 만드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측도 “노사정 대표들이 현재 가동 중인 노사정위원회를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유기정(柳起正) 본부장은 “이달 중 열리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서로 마음을 터놓고 논의하면 되는데 굳이 정치권에서 끼어들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노사정 대타협 성공하려면=노동연구원 배규식(裵圭植) 연구위원은 “정치권이 주도할 경우 노사 반발로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노사가 합의한 사안을 수용해 입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장은 “한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는 대타협보다는 소규모로 필요한 타협을 반복하면 그 과정에서 민감한 노사 현안도 해결되고 신뢰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노사관계에 대한 외국의 평가 | |
월스트리트저널(7월 22일) | 노무현 대통령은 타협을 유도해 노동쟁의를 줄이겠다고 약속해 왔지만 인권변호사 시절 맺은 노동운동과의 인연으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너무 동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7월 29일) | 한국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노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조속히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7월 27일) | 많은 외국인투자자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노조 파업을 CNN 등에서 보고 ‘한국하면 강성 노조’를 떠올린다. |
다카스기 노부야 서울재팬클럽 이사장(8월 13일) | 노사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닌 경영의 문제다. 정부는 노사 문제에 중립적이어야 한다. |
프랑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보고서(8월 18일) | 한국 정부에 반(反)노조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노조의 과격한 행동을 제어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이 취해지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다. |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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