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동원된 수법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과거의 병역비리 사건은 대부분 군 관련 인사의 ‘내부 공모’가 있었던 데 반해 이번 사건은 소수 브로커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3단계 신체검사 체계를 완벽하게 따돌렸다. 브로커는 신검 대상자가 면제 판정을 받은 뒤에도 6개월∼1년간 허위 치료를 받게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얼마 전 ‘병역기피용 문신’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우리 사회 일각의 심각한 병역기피 풍조를 보여 주는 듯해 개탄스럽다.
병무청은 문제가 된 신장 관련 질환을 중점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으나 이번만큼은 ‘땜질 처방’에 그쳐선 안 된다. 허술한 신체검사 체계의 전면 개선을 포함해 병무행정 전반의 맹점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병역법 위반 공소시효가 3년에 불과한 현행 법조항도 고쳐 불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이 발을 뻗고 잠잘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이참에 병역면제를 돈으로 사고파는 잘못된 풍토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동원할 필요가 있다.
국민 개병제(皆兵制)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잊을 만하면 병역비리 사건이 터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충성심이 엷어지고 있다는 경고로 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가볍게 처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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