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팅은 지난 5년 동안 단속하지 않아 운전자들은 이를 합법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다 이제 와서 규제한다니 조령모개(朝令暮改)식 행정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상황이다. 무엇보다 ‘틴팅’을 무조건 나쁘고 위험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운전자들이 틴팅을 하는 데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에어컨 효율을 높이고, 햇빛을 차단해서 눈부심을 막고,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틴팅이 교통사고와 차량 범죄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이 규제를 정당화할 만한 근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출고된 차량은 대부분 좌석 옆 창과 뒷유리에 틴팅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고가 크게 늘었다는 말은 못 들었다. 틴팅을 하면 사고 시 유리 파편 비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틴팅을 한 차가 앞에 가면 운전자의 전방 시야를 가린다고 하지만, 승용차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대형차, 승합차 등이다. 경찰은 또 틴팅을 하면 차에 누가 탔는지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납치 범죄 등이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이 뒷좌석에 탄 사람까지 한눈에 알아 볼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야간에는 어차피 자동차 안이 안 보이는데, 그렇다면 납치를 막기 위해 야간에 실내등을 켜라고 할 것인가.
미국은 각 주(州)가 제각기 기준을 정해 과도한 틴팅을 규제하고 있다. 보통 앞좌석 좌우 창은 최소 투과율을 35∼50%로 하고, 뒷좌석 좌우창과 뒷유리는 20∼35%로 규정한다. 앞좌석 창을 더 밝게 하도록 하는 것은 주로 검문 경찰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보편화돼 있어 자동차에 총기를 갖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앞좌석 창의 투과율이 30%가 안 되면 경찰관이 면허증 제시를 요구할 때 운전자의 총기에 의해 희생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두는 것이다.
뒷좌석에 탄 어린이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선 진한 틴팅이 필요하다. 정계와 재계 요인들의 차는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틴팅을 할 필요가 있다. 파파라치에 시달리는 인기 스타들도 그럴 것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다목적 차량은 뒷좌석에 짐을 싣는 경우가 많아 역시 진한 틴팅이 필요하다.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예를 참고로 앞좌석은 35∼50%, 뒷좌석과 뒷유리는 20∼35% 정도로 광선투과율을 정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차량 내부가 전혀 안보일 정도로 진한 경우만 금지하면 되는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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