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개정안 설명과 토론자 8명의 지정 토론에 이어 종합토론까지 3시간 만에 쫓기듯 끝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의 변별력 문제, 고교등급제 논란 등에 대한 토론 내용을 보면 과연 교육부가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개선안에 반영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우선 토론자 선정이나 토론 내용이 상투적이었다. 교육 관련 토론회의 단골 인사이거나 단체 성격만 보면 어떤 주장을 펼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입시안에 대해 많은 대학들이 겉으로 내놓고 말을 못할 뿐이지 “선발 자율권은 묶어놓고 어떻게 뽑으라는 말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측 토론자는 “시안의 기본 방향은 ‘궁극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등 대학들의 속내와는 동떨어진 말로 일관했다.
또 이번 대입제도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인사가 토론자에 포함됐는가 하면 한국교육개발원 소속 연구원은 이날 공청회에 이어 지방에서 개최될 공청회에도 잇달아 참석토록 돼있다. 그래서 교육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토론자로 지정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다.
또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가 토론에 나오지 못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이 단체의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이날 “교육부가 용비어천가를 부르게 하고 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공청회는 말 그대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부처들은 나중에 제기될지 모르는 정책 결정의 시비에 대비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운영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
대입 공청회는 부산(10일), 대전(14일), 광주(15일)에서 세 차례 더 열린다. 교육부는 남은 공청회만이라도 당초의 취지를 되새겨 토론자 구성이나 진행 방식을 개선했으면 한다.
이인철 교육생활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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