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현장에서]‘없는 게 없는’ 주상복합

  • 입력 2004년 9월 15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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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건물이 많아지고 유동인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2년 전 문을 열었죠.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매상은 오르지 않고 최근엔 오히려 처음의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습니다. 회원 가입비를 낮춰 봐도 소용이 없네요.”

서울 강남에 있는 A헬스클럽 원장의 하소연이다. 이 원장은 인근의 다른 헬스클럽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불황’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히지만, ‘웰빙 붐’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히 매출이 줄어든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A헬스클럽은 입지도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이 원장은 “근처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많아진 게 매출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 지어지는 주상복합에 헬스클럽, 사우나, 수영장 등의 시설이 완비돼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외부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요즘 상가전문 부동산 앞을 지나다 보면 ‘헬스클럽 매매’ 안내문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공동주택이 들어서면 인근에 경기부양 효과가 크다는 게 정설이다. 유동인구가 늘고 소비심리가 붙기 때문. 그러나 최근 이런 추세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 역설적으로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밖에서 돈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 살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소규모 보습학원들에도 고민은 시작되고 있다.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과외 인프라’ 조성에 많은 공을 들이는 데서 기인한다. 독서실, 그룹과외방, TV과외 시청실을 비롯해 과외교사를 1∼2년간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아파트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특히 내신 위주로 대입제도가 바뀔 것이라는 정부 발표는 ‘학원들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끼리 그룹지도를 받는 장소로는 아파트 단지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많은 신규 분양 단지들이 ‘DVD룸’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앞으론 ‘동네 비디오가게’의 인기도 예전만 못해지지 않을까.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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