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하임숙/‘거북이’ 신세계… ‘토끼’ 롯데

  • 입력 2004년 9월 1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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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부산 수영만에 코엑스몰 2배 규모의 쇼핑센터를 지을 예정입니다. 부지 면적만 2만2900평, 연면적 10만평 규모의 초대형 쇼핑단지가 2008년 선을 보일 예정이지요.

할인점 이마트를 바탕으로 유통 왕좌를 노리는 신세계는 이번 입찰에서 경쟁사를 완전히 따돌리고 단독 입찰에 성공했습니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습니다. 애초에 부산시는 롯데가 이 쇼핑센터의 부지를 낙찰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롯데는 바로 이 부지 앞에 3450평의 부지를 이미 매입했고 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표시를 계속 해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대나 신세계는 막판까지 이 부지에 대한 관심을 전혀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당연히 롯데가 단독 입찰해 사업권을 따낼 것으로 볼 수밖에요. 그런데 입찰 마감일에는 예상과 전혀 다른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롯데는 입찰 신청서를 아예 내지도 않은 반면 신세계는 마감을 5분 앞두고 잽싸게 입찰 신청서를 냈다는 겁니다. 뒤늦게 이를 전해들은 롯데는 지금이라도 값을 더 높게 해 응찰하면 안되겠느냐고 물었다는 후문입니다. 처음에 단독입찰을 확신했던 롯데로서는 ‘유찰 뒤 재입찰에 들어가면 더 싸게 사겠다’는 판단을 했겠지요.

신세계는 부지 매입에 1330억원을, 센터 개발에만 총 6000억∼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이처럼 돈을 써도 될까요? 신세계 기획담당 박주형 상무는 이렇게 답합니다.

“해운대 일대는 부산의 최고급 상권이다. 몇 년 안에 50층 안팎의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초대형 쇼핑몰 예정 구역 안에만 해도 51층짜리 아파트 20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은 또 ‘부산의 강남’으로 불릴 만큼 소비력이 좋은 곳이다. 내년 11월에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때까지 부산에는 테마공원도 완공되고 도로 기반시설은 지금보다 몇 배는 훌륭해질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조건이 완벽하다.”

하임숙 경제부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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