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관장교에 대한 진급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요즘 국방부 주변 음식점에는 소령 중령들을 주인공으로 한 ‘초조주(酒)’ 모임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초조주란 진급심사 대상에 오른 장교들의 초조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선후배 장교들이 사주는 술. 일부 선배 장교들은 ‘넌 진급이 확정됐을 테니 걱정말라’는 의미로 사기도 한다.
과거 군사정권 때만 해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만 하면 장성 진급을 기대해 볼 수 있었고 중령이나 대령 진급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영관급의 인사 적체가 심해지면서 육사 졸업생들의 대령 진급 비율은 이미 50%대로 떨어졌다. ‘장포대’(장군 진급을 포기한 대령)에 이어 ‘대포중’(대령이 되길 포기한 중령)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학군이나 3사관학교 출신들은 더욱 피가 마른다.
초조주 술자리에서 만난 한 중령은 “소위→중위→대위→소령으로 진급하는 데 10년이 걸렸는데 소령에서 중령으로 한 계급 진급하는 데 8년이 걸렸다”면서 “그래도 중령 진급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령으로 전역하는 장교 중 상당수는 군 복무기간이 만 20년에 못 미쳐 군인연금 수혜자가 될 수 없다. 전역할 때도 연금 대신 전역 일시금만 받는다. 반면 중령이 되면 소령의 연령 정년(만 45세)보다 훨씬 늦은 만 53세까지 일할 수 있고 전역 후 매월 200여만원의 군인연금도 받는다.
하지만 영관급 장교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국방부 문민화에 따라 2006년 말까지 국방부 본부의 영관장교 보직 200여개가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한 대령은 “보직 몇 개만 없어져도 진급 경쟁률이 크게 오르는데 200여개가 사라진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1998년 외환위기 때 전역을 앞둔 위관장교(소위 중위 대위)들이 대거 10년 이상 장기복무를 신청했기 때문에 ‘2, 3년 후 영관장교 인사대란설’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