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대상은 다양하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거래처를, 직장인들은 상사를, 주부들은 양가 부모님을 놓고 이리저리 예산을 배분하며 ‘최적의 함수’를 찾게 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올해는 이 계산을 놓고도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선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부모님에다 일년에 몇 번 뵙지도 못하는 친정 부모님, 이래저래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들….
어떤 선물을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 가까운 친구의 ‘남편 생일 선물 스토리’를 듣게 됐다.
이 친구는 남편의 생일이 돌아오자 평소 후줄근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가방을 대신할 새 가방을 샀다. 그리고는 카드에 ‘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하루 세 번/한 시간 세 번/일분 세 번/일초 세 번…/서른 세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사랑합니다’라고 썼다고 한다.
영 ‘닭살 돋을’ 내용이지만 그 카드를 썼을 때 이 친구의 마음가짐을 듣고서는 ‘선물은 바로 이러해야 한다’라고 무릎을 쳤다. 카드 내용을 고민하던 친구에게 누군가 “사랑합니다 세 번 써. 광고에도 그런 거 있잖아” 했다던가.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 친구는 가만히 앉아서 ‘내 마음이 정말 그러한가’ 살펴본 뒤에 썼다는 것이다.
선물은 의무적이기 마련이다. 한두 번은 자발적으로, 좋아서 선물할 수 있지만 그게 관행이 되면 의무가 된다. 의무를 정말 의무적으로 해내면 ‘허드렛일’이 되지만 거기에 내 진심을 담는다면 ‘즐거운 행위’가 될 수 있는 게다.
나도 이번 추석에는 선물을 드릴 내 마음부터 점검해보고, 글로 표현해볼까 생각하는 중이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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