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제 개편으로 주로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의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서민과 중산층도 2배 가까운 세금을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급격한 누진세율구조를 고치고 인상의 상한을 두겠다고 하지만 부동산과다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부동산세의 신설까지 겹쳐 부동산에 대한 세금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지난여름 재산세 인상에 따른 ‘후폭풍’에 비교할 수 있는 조세저항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세제개편을 통해 조세 형평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조세의 본질은 형평성이며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세정의 없이 사회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조세의 본질은 납세자의 재산권을 존중하고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근대 조세국가와 사회계약론은 국가의 자의적인 징발과 징병을 세금이라는 합리적인 수단으로 대체해 납세의 의무를 다한 자에게 국가로부터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 주었다. 그래서 조세국가의 이념은 납세자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며 그들에게 과중한 세 부담을 주는 것을 경계한다. 왜냐하면 개인의 활발한 자유와 경제활동이 조세국가 존립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형평성도 기해야겠지만 과중한 세금이 허용돼선 안 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사회적 불평등을 시정하겠다는 것도 좋다.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가겠다는 것도 좋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조세국가가 지향하는 납세자의 자유는 외면한 채 일방적인 조세의 형평성이라는 늪에 빠져 있다. 그래서 납세자들은 이제 세 부담으로 고통 받는 상황에 들어서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도 좋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의 타당성이다. 타당성을 결여한 채 시행되는 일관된 정책은 ‘일관된 실패’만을 가져올 뿐이다.
지난해 말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저명한 세법학자인 파울 키르히호프는 독일의 언론단체연합회가 주는 ‘올해의 개혁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납세자의 자유를 특히 강조하는 보수 성향의 인사다. 보수적인 사람은 개혁과 무관하며 개혁은 평등과 형평성을 부르짖는 진보주의자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그런 보수주의자가 개혁인상을 수상할 수 있는가 의아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납세자를 과중하게 억압하고 국민의 재산권과 경제활동을 위협하는 조세정책을 비판하면서 인간의 자유를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조세국가를 복원하는 것도 진정한 개혁이 아닐까.
김성수 연세대 교수·공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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