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카지노 증설의 경제적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이후 국내 관광 목적의 외국인은 140만명 이상 증가했으나 그중 카지노 이용객은 60만명에 그쳤다. 일부 계층에 제한되어 있는 카지노 시장의 특수성을 정부가 간과한 게 아닌가 우려된다.
카지노 추가 공급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현재 국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이미 공급과잉 상태다. 강원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13곳은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외국인 전용 시설이며 제주도의 경우 6곳의 카지노를 일시에 허가해 현재 8곳의 업체가 난립해 있다. 과다 출혈 경쟁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다. 지난 3년간 360억원의 적자가 누적됐고 일부 카지노는 종업원 13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으로 전락해 거의 파산지경이다. 이 상황에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 카지노가 진출한다면 국내 시장이 예속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주지역 카지노는 막대한 적자로 여러 달째 임금이 체불되어 있지만 개선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8월에 열린 카지노 산업 발전 공청회에서는 과잉 공급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구조조정 및 지원책 모색 등의 노력을 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조치는 이런 흐름과는 상반된 것이다. ‘돈벌이’를 위해 관광공사가 신규 사업체를 허가하는 것은 기존 카지노 업계를 고사시키고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인 5억달러 출자시 카지노업 허가’를 내용으로 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처리·시행하기 위한 전 단계 포석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는 외자 유치를 명분으로 온 국토가 카지노로 오염되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카지노 증설 압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영종도 배후 경제특구 추진, 전라도 J프로젝트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관광산업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조하려는 것은 환영하지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건전한 문화 콘텐츠 개발이 아니라 카지노와 같은 사행산업으로 관광객과 외화수입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의 기간산업 확충 및 고용안정이 최우선 국가과제가 돼야 한다. 정부가 도박산업 인허가권을 빌미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결국 경제 회생에 대한 전 국민의 의지를 약화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마땅히 할 일이지만 그 적절한 방법이 무엇인지는 반성이 필요하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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