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에선 봄 주꾸미의 신선한 맛을 다룬 ‘요리하는 남자’가 눈길을 끈다. 바지락 홍합 파 마늘 양파 팽이버섯을 넣은 육수에 주꾸미를 살짝 데친다. 먼저 말랑말랑한 다리를 초장에 찍어먹고 몸통은 좀 더 익혀 먹은 뒤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먹는다.
1년에 딱 3일간만 채취할 수 있다는 옻순을 비롯해 둥굴레 싱아 병풍취 원추리 얼레지 등 도시인에게 낯선 산나물도 군침을 돌게 한다.
8권에선 독성이 있는 황복 알을 먹는 위험천만한 얘기가 나오는 ‘죽음과 맞바꾸는 맛’이 인상적이다. 황복 알 2, 3개를 얹어먹는 황복 회는 죽음을 감수하고라도 체험하고 싶은 맛이라는 것.
각 에피소드 말미엔 ‘허영만의 요리메모’와 ‘취재일기’가 추가돼 음식 취재와 관련된 재미있는 뒷얘기를 들려준다.
‘식객’을 보면 작가의 방대한 취재량에 놀라게 된다. 요리는 물론 배경이 되는 장소, 해당 음식에 대한 옛 문헌도 빼놓지 않는다.
작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작품은 ‘1+1+1+1’.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하며 최고의 재료로 육개장을 만들도록 해 자신의 장례식에 내놓게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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