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우 칼럼]그들은 왜 등을 돌렸나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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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離反)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통령 지지도는 30% 선에서 20%대로 떨어지는 추세이고,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지지도 역시 20%대에 머무른 지 오래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40대의 대통령 지지도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아일보’의 9월 11일 여론조사에서 25.0%이던 40대 지지도는 10월 초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는 18.3%로 급락(急落)했다. 20대(32.0%), 30대(30.2%)는 물론 50대(24.0%), 60대(22.1%)에 비해서도 현격하게 낮은 지지도다.

▼386그룹마저 떠나고 있다▼

2002년 대선 결과를 두고 흔히 ‘2030의 세대 혁명’이라고 하지만 실상 ‘노무현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40대였다. 당시 20대 투표율은 47.5%, 30대 68.9%였던 데 비해 40대는 85.8%였으며 그중 47.4%가 노무현 후보를 찍어 이회창 후보(48.7%)와 백중세를 이뤘다(KBS 출구조사). 최종 득표율(48.9% 대 46.6%)에 비춰볼 때 40대에서 엇비슷한 표를 얻지 못했다면 ‘노무현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 탄생의 주역은 이른바 386그룹(현재 기준으로 36∼45세)이라고 보는 편이 보다 정확하다. 그러나 386그룹도 변화했다. 최근 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386그룹의 20%만이 긍정 평가하고 46%는 부정 평가했다(‘중앙일보’ 10월 4일자). 386그룹마저 노 정권에서 멀어지면서 40대의 등 돌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40대는 사회의 중추(中樞)다. 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정권 실패가 국가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럴 경우 가장 큰 고통은 국민, 그 가운데서도 힘없고 가난한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이미 그런 현상은 뚜렷하다.

왜 40대가 노 정권에 등을 돌렸는가. 답은 분명하다. 그들(크게 보아서는 70% 이상의 국민)의 절실한 현실적 요구와 희망을 정권이 들어주지도, 제시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이 또한 자명(自明)하다. 노 정권이 해야 할 일을 잘못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70%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국회 과반수 의석을 몰아준 것은 다시 한번 기회를 줄 테니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 했다. 노 정권이 애초 ‘탄핵 반대와 총선 지지’의 민의(民意)를 제대로 읽었다면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을 잘못 읽었는가. 노 정권은 탄핵 반대와 총선 승리를 그들의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의 호기(好機)로 일방 해석한 듯싶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집권세력이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을 함께 쥐었으니 이참에 한국사회의 주류 판도를 확실하게 바꾸어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권이고 지향하는 정치적 목표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개혁도 해야 하고 진보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는 데는 국민 다수의 자발적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선거에서의 승리가 자발적 동의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물며 동의를 구하는 설득 노력과 비전 제시는커녕 사회구성원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독선적 이분법으로 밀어붙여서야 극단의 분열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합리적 중간자들은 존재할 수 없다. ‘친노(親盧)-반노(反盧)’의 양극화가 가속화될 뿐이다. 노 정권은 결국 비판적 지지자들마저 제 손으로 내친 격이다. 40대의 등 돌림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겠는가.

▼먹고살기도 어려운 판에▼

친일진상 규명과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는 각각 나름의 명분이 있다. 그러나 이들 사안은 무엇보다 우선적 국정 의제로서 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먹고살기도 어려운 판에 지금 그런 문제로 나라를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노 정권은 ‘개혁의 상징’으로 집착하는 듯하지만 국민의 동의 없는 독단은 민심을 멀어지게 할 뿐이다.

전진우 논설위원 실장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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