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보일러 최진민(崔鎭玟·63·사진) 명예회장은 나에게 가장 모범적으로 경영자의 자질을 가르쳐 주고 있는 분이다. 과거에는 부친과 친분 있는 사업가 정도로만 알아오다가 직접 사장직을 맡게 되면서 그 분을 경영인으로써 다시 보게 됐다.
최 회장은 금융 및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기업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투철하다.
이 때문에 제품 개발에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다. 1962년 보일러 사업을 시작해 40년이 넘도록 오로지 보일러 개발에만 매달려온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언젠가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을 들려주며 ‘한 우물 파기’에 매달린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 분은 20대였던 1962년에 한국 최초의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에 보일러를 공급하면서 엄청난 부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돈이 좀 벌리자 다른 사업에도 관심이 쏠려 친구의 주류회사에 투자를 했다가 완전히 망해 여관방에서 죽을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일을 교훈 삼아 최 회장은 보일러 제품 개발에만 주력해 오늘날의 귀뚜라미보일러를 만들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사내(社內)에 ‘소(小) 사장제’를 실시하며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최 회장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친화력은 초보 경영인이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처음 보는 젊은 사람도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그렇게 따뜻하게 대한다. 이런 모든 것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환원된다고 믿는다.
올해 초 최 회장은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나면서 일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결단력도 보여줬다.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과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그 분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조대호 월드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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