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신치영/개성에서 만난 北기관원

  • 입력 2004년 10월 2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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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북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개소식에 다녀왔습니다. 1998년 금강산을 다녀온 것을 빼면 사실상 처음 북한 땅을 밟는 것이었죠.

2007년까지 완공될 예정인 1단계 개성공단 부지는 100만평 규모인데, 터 닦기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공식 행사를 마치고 개성시내로 들어서는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은 시계를 한국의 1960년대로 돌려놓은 듯했습니다. 거리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는 가슴이 아플 정도였지요.

오후 5시경 남쪽으로 돌아올 때까지 방문단을 내내 따라 다닌 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을 ‘민족화합추진협의회(민화협)’ 소속이라고 소개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기관원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신모 과장(실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이 기억에 남습니다. 수시로 다른 기관원들의 보고를 받는 것을 보면 높은 직위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 과장과는 오찬장에서도 같은 테이블에 앉았고 버스에서도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는 도중 ‘요즘 살기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전보다는 살기가 나아졌다’고 하더군요. 전에는 일을 많이 하건 적게 하건 똑같이 월급을 받았는데 얼마 전부터 공장이건 농장이건 생산량에 따라서 돈을 차별적으로 지급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받으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자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더군요.

“사실은 사실일 뿐이지 자기들이 우긴다고 바뀌겠느냐.” 북한 사람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설명으로는 북한 정부가 중국 정부에 거세게 항의를 했다는군요.

“얼마 전에는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을 교과서에 실으려고 해서 북한이 중단시켰다.”

북한 관료가 맹방인 중국에 대해 이렇게 거침없이 얘기하는 데 대해 다소 놀랐습니다.

신치영 경제부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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